비정상의 정상화, 김영란법으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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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비정상의 정상화, 김영란법으로 시작하자 내수침체? 청렴한 사회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비용

기사입력2016-07-28 19:0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시행은 오는 9월28일부터다. 공직자와 언론인 접대를 주로 해왔던 기업에서는 몸을 사릴 듯 보인다. 호텔과 고급식당에서도 자구책을 고민 중이다. 호텔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주로 진행되는 곳이다. 호텔 1인당 식사비는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인 3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기업 홍보담당자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호텔에 물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단다. 호텔에서 행사를 할 때는 회의실 대관료와 식사비를 별도로 지불하는데, 법 시행 후 대관료는 올리고 식사비는 내려서 총액을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모양이다. 이처럼 각종 편법들도 판을 칠 조짐이다. 편법이 발생할 테니 법을 시행하지 말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비단 김영란법 뿐이겠는가. 세금만 해도 합법적으로 절약하면 절세가 되고 삐끗하면 탈세가 된다. 새 규제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대안을 찾게 돼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수가 침체될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바꿔 말하면 뇌물과 뒷돈이 우리경제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확실히 골프장과 고급식당, 유흥업소는 발길이 줄어들 것이고 한우 등 고급선물세트 판매량은 줄어들 것이다. 경제도 안 좋은데 김영란 법까지 시행되면 이들 산업이 붕괴될 수 있으니 미루자는 건 안 될 말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경제가 좋은 시기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면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김영란법 합헌 결정은 최종관문을 넘어선 것이 아니다. 국회통과에 이어 이제 막 2차 관문을 넘었을 뿐이다. 시행 후엔 곳곳에서 잡음들이 들려올 테다. 법 위반 여부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김영란법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