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학생 지역…나눌수록 커지는 예술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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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기업 학생 지역…나눌수록 커지는 예술CSR 한성자동차-메세나협회-서울문화재단, 손잡고 미술영재 후원

기사입력2016-08-08 14:00

말끔한 수입자동차 전시장 벽에 예술작품들이 걸려있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판화, 악기 우쿨렐레에 패턴을 입힌 작품, 그래피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자동차 전시장에 미술갤러리를 만든 한성자동차 매장이다. 지난달에는 서초, 삼성, 인천 전시장에 새 작품을 설치했다. 한성자동차가 후원하고 있는 미술·디자인 영재 학생들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미술장학사업 ‘드림그림’을 진행 중이다. 예술적 재능은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장학생은 40명이다. 20명으로 시작해서 지난해에 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 보통 장학프로그램은 연 단위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반면, 드림그림은 한번 뽑히면 대학 입학 전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한다. 장학금, 대학생 멘토와의 1:1 프로그램, 현업예술가와의 체험학습 등을 진행 중이다.

한성자동차 인천 전시장에 드림그림 학생들이 함께 그린 콜라주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한성자동차>

드림그림 장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새 장학생을 뽑아 매년 40명을 유지한다. 사업이 5년차에 접어들며 선행의 대물림도 이어지고 있다. 고교시절 드림그림 장학생이었다가 미술대학에 입학해 장학생들의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는 것이다.

전사적인 예술경영 프로그램인 만큼 임직원도 동참하고 있다. 한성자동차 임직원 40명은 장학생들의 ‘앰버서더’(대사)다. 장학생 한 명마다 임직원 한 명씩 짝을 지었다.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앰버서더와 장학생이 만나 밥도 먹고, 부모님과 만나 진로상담도 해준다는 것이 한성자동차의 설명이다.

◇메세나협회 컨설팅 받아 문화예술 CSR 시작=한성자동차는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협회에서 컨설팅을 해 줬다. 미술교육 전문단체들과 협력해 프로그램 운영도 돕고 있다. 드림그림의 경우 장학생 40명에 멘토 40명까지 하면 80명인데, 기업 내부 인력만으로 이만한 인원을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메세나협회 김옥진 대리는 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업들이 문화예술 메세나 활동을 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없어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메세나협회에 요청하면 기업 상황과 요구에 맞게 컨설팅을 해 준다. 협회 회원사가 아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문화재단 러브콜…장학생들이 다시 사회공헌=이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이 외부에 알려지자 서울문화재단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서울시 문화환경을 개선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출구 앞에서 드림그림 학생들이 직접 만든 노점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성자동차>

2014년에는 신당중앙시장 상인들의 앞치마에 장학생들이 그림을 그려 전시하고, 상인 쉼터에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에는 사업을 키워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실타래 모양으로 시작한 이 벽화는 IT회로 모양으로 끝을 맺는다. 과거 구로공단 봉제공장이었던 이곳이 디지털단지로 바뀌어 온 스토리를 표현했다. 공간의 역사가 담긴 스토리텔링 작품이다.

올해 서울문화재단과 한성자동차는 폐 가압장을 예술교육센터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03년부터 방치돼 온 양천구의 김포가압장을 서서울예술교육센터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드림그림 장학생들은 오는 27일부터 3일간 워크숍을 갖고 리모델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한성자동차와 서울문화재단의 스킨십은 기업 CSR이 또 다른 사회공헌 활동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문화재단 한지연 제휴협력실장은 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드림그림 장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더 큰 인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일방적으로 돕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예술을 매개로 지역사회와도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