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쟁이’의 조언 “10년간, 한 자리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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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동네 ‘빵쟁이’의 조언 “10년간, 한 자리 지켜라” “일상에 스며들어야” 집밥 같은 빵, 40년 동부고려제과 서정복 사장

기사입력2016-11-30 15:42

박소라 기자 (sora@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동부고려제과 서정복 사장 ©중기이코노미

동부고려제과 서정복 사장은 자신을 ‘빵쟁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낮추는 말인 듯 들리지만 알고 보면 자부심이 깃든 말이기도 하다. 서 사장은 “우리 빵을 먹고 다른 곳에서 먹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만큼 속이 꽉 차있다”고 자신했다.

동부고려제과는 1974년에 개업해 4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년 동안 형이 운영하던 가게를 서정복(59) 사장이 물려받아 25년 이상 운영 중이다. 이제는 그의 아들인 서종혁(31)씨가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빵 만드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랐다는 서씨는 “2년 전 가업을 잇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두툼한 속 재료…엄마가 해준 ‘집밥’ 같은 빵

이 가게의 빵은 푸짐함이 미덕이다. 서 사장은 “엄마가 정성들여 만든 된장국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지지 않나. 그런 마음을 담아 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고로케 만드는 것을 지켜보니 빵 하나에 맛살 한줄, 삶은 계란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서 사장은 “정직함이다. 빵 하나를 만들어도 재료를 아낌없이 쓴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매일 아침 6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쉬지 않고 빵을 만든다. 오른쪽은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 서 사장의 아들인 서종혁씨다. ©중기이코노미

반죽을 할 때 쓰는 ‘탕종법(湯種法)’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밀가루풀을 쪄 놨다 빵 반죽에 넣는 방식으로, 예부터 중국에서 만두피나 면을 만들 때 썼다. 탕종법을 쓰면 반죽에 찰기가 생기고 천연방부제 효과도 낸다. 실제로 식빵을 한입 먹어보니 밀가루 특유의 텁텁함이 없고 떡처럼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다. 서 사장은 “탕종법으로 만든 빵은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하다. 빵은 이렇게 뒷맛이 깔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가 오랜 만큼 ‘장수’ 단골들도 많다. 손님들은 추억의 맛을 되새기려 빵집을 찾는다. 어린 시절 먹었던 동부고려제과의 빵이 그리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어도 찾아온다. 1970~1980년대 빵집은 최고의 데이트 명소였는데, 당시 빵을 먹으며 사랑을 키워온 커플이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멀리서 오는 손님들은 한번 올 때마다 빵을 한 아름씩 사들고 떠난다. 지금도 만주, 단팥빵은 동부고려제과의 ‘베스트셀러’다.

“오랜 시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야 인정받아”

서 사장은 아침 6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쉴 새 없이 빵을 만든다. 최근에는 아들이 가세하며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일손은 부족하다. 서 사장은 기자와 인터뷰 하는 도중에도 탕종식빵, 슈크림빵, 소보루, 꽈배기를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개인 빵집은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식빵, 베이글 등 단일품목만 고급화 해 파는 빵집들은 생기지만, 일반 빵집을 여는 경우는 드물다. 빵집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서 사장은 “단기간에 돈을 벌 생각 보다는 10년 동안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야 한다.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다 보면 사람들이 인정해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