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늘어난 일자리 3개중 1개 시간제근로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지난 4년 늘어난 일자리 3개중 1개 시간제근로 취업·실업자 모두 증가…월 75만원, 근속 2년 안되는 일자리 양산

기사입력2016-12-16 2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일자리 제공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국민의 권리’라며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용률 70% 로드맵은 대통령 탄핵소추가 없었더라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다.

통계청의 ‘2016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 보고서를 보면,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 말에서 2016년 8월 사이 고용률은 59.4%에서 60.2%로 0.8%p 증가했다. 목표치에서 9.8%p 부족하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 수 대비 취업자 수로 파악한다. 취업자 수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연평균 48만명씩 증가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2012년 말에서 2016년 8월 기준 취업자는 143만9000명이 늘어, 연 평균 약 36만명 증가했다.

전업주부, 고령자 등 이른바 취약근로계층을 노동시장으로 유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고용률 70%를 달성하고자 했던 로드맵은 애초 취지와 달리 질 나쁜 시간제근로만 양산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현정부 시기 고용구조 어떻게 변했나’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황선자 선임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은 월 80만원도 안되는 시간제근로자의 증가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고용률 및 증감 수치

<자료=통계청>

황 선임연구원은 “보통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취업자 수가 하락하고 실업자도 늘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특징은 저성장 속에서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가 함께 늘어났다”고 말했다. 2012년 말부터 2016년 8월까지 실업자는 24만4000명이 증가해, 연평균 6만100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2%에서 3.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가 연평균 1.6%씩 증가한데 비해 실업자는 연평균 6.9%씩 증가했다. 실업자가 늘고 있음에도 전업주부, 고령자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노동시장(경제활동인구로 전환)에 유입됐다는 얘기다.

늘어난 일자리 3개중 1개는 시간제 근로

늘어난 일자리중 34.7%, 3개 중 1개는 시간제근로였다. 정부에서 힘쓴 만큼 늘어났다. 시간제 근로자는 2012년 182만6000명에서 2016년 248만3000명으로 36.0%, 65만7000명이 증가했다. 파견·특수고용직을 포함한 비전형근로자는 같은 기간 9만9000명 감소했고, 비정규직의 대표적 형태인 기간제근로자가 같은 기간 271만4000명에서 293만명으로 8.0%, 21만6000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급증했다. 규모가 감소한 비전형근로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시간제근로자와 비교해 기간제근로자와 비교하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중 시간제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3%에서 12.7%로 증가했다.

육아·가사를 맡던 여성들, 비자발적 시간제근로로 들어와

여성의 취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 고용률은 2012년말 48.4%에서 2016년 8월 50.0%로, 같은 기간 증가한 143만9000명의 취업자중 여성은 76만4000명으로 남성보다 증가폭과 증가율이 크다.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61.3%에서 62.7%로 1.4%p 증가했는데, 이 때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1%p 늘었고 남성은 0.6%p 증가했다. 늘어난 경활인구 168만3000명중 88만1000명, 52.3%가 여성이다. 이와 함께 실업률을 보면, 여성의 실업률은 2012년 3.0%에서 2016년 8월 3.8%까지 증가했다. 비경제활동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제활동에 뛰어들었고, 그만큼 실직상태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성별 고용률 및 증감률

<자료=통계청>

황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 들어와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비경제활동을 했던 인구들이 경제사정이 악화되니 노동시장으로 들어왔다. 이는 취업자가 늘어났고, 또 실업률도 2013년 3.2%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6년 8월 3.9%까지 상승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선임연구원은 “그간 비경제활동을 하던 여성이 악화된 경제사정으로 인해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음은 이들이 취업한 직장의 종사상 지위를 통해 드러난다”고 말했다.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증가한 임금근로자중 시간제근로자 비율이 남성이 24.5%인데 반해 여성은 44.3%다. 남성 시간제근로자 비율이 5.0%에서 6.5%로 증가하는 동안 여성은 17.4%에서 20.6%로 증가했다. 2016년 8월 기준 전체 시간제근로자의 71.4%가 여성이다. 시간제근로자의 일자리 취업동기를 보면, 2016년 전체 시간제근로자의 42.2%가 비자발적 사유이며, ‘육아·가사 등 병행’을 위한 자발적 사유는 19.5%에 그쳤다. 경제적 이유로 취업을 하게 됐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시간제근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간제 근로를 택한 비자발적 사유의 77.7%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면 비자발적인 사유의 비중이 이보다는 매우 낮았을 것이다.

노동시간 줄이고 정규직화 VS 노동시장 경직성, 기업에 부담

여기까지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대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간 단축 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다양한 부문의 고용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중 하나였던 ‘2020년까지 OECD 수준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가장 역점 과제라는 것이다.

이어 황 선임연구위원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관행을 정착시켜야 하며, 정규직 전환대상에 직접고용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현실화와 근로감독 강화는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상철 정책본부장은 “현정부에서 소폭 늘어난 고용률이 질적 개선과 동반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조건적 정규직 고용은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입장에서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다. 이를 어느 정도 풀어주는게 초과근로의 활용이다. 과거에는 생산물량 증가하면 쭉 유지가 됐지만, 요즘은 물량이 늘어나도 일시적인 것에 그친다. 인력을 더 뽑고 설비를 더 늘렸다가 물량이 줄어버리면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