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5G’ 삼성·이통3사, 소비자 속일 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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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가짜 5G’ 삼성·이통3사, 소비자 속일 셈이었나 정부가 나서야만 문제를 해결하나?…사죄와 자성이 선행돼야

기사입력2019-05-02 13:11

5G 스마트폰으로 LTE 망을 이용 중이어도 휴대폰 상태표시줄에 5G 표시가 뜨는 현상이 5월 중 개선된다. 과기정통부가 나서 문제해결이 됐지만, 문제해결 과정에 정부까지 나설 일이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문제발생 직후 제조사와 이통사가 먼저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어야했다.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은 다른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알림창에 현재 사용 중인 네트워크를 아이콘으로 표시한다. 아이콘을 언뜻 보면 네크워크 5G와 LTE, 두 가지로 구분된다. 5G 아이콘이 보일 때 소비자들은 현재 5G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

왼쪽부터 4월24일 기준 SK텔레콤과 KT의 5G 커버리지 맵.<자료=SK텔레콤, KT 커버리지맵 사이트 캡처>

하지만 실제 아이콘 종류는 세 가지다. 5G를 실제 사용 중일 때와, 5G 기지국이 인근에 있지만 실제로는 LTE를 사용 중일 때 나타나는 ‘5G’ 아이콘의 색깔은 각각 다르다. 색깔이 다른 두 가지 아이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라면, 비싼 5G 요금을 부담하면서까지 5G 스마트폰을 구입했지만 실상은 상당시간 LTE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가짜 5G’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진 이유다.

1일 과기정통부는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TF’ 회의에서 이통3사와 제조사가 이 현상을 개선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5월 중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고, 방치했다가는 새로 시작하는 5G 서비스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을 일이기 때문이다.

지적하고 싶은 대목은 정부가 팔걷고 나선 이후에야 비로소 문제해결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5G 통신망을 운영하는 SKT·KT·LG유플러스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문제해결에 먼저 나섰다면, 이 사안이 민관합동 TF에서 다뤄질 필요도 없었다. 애당초 문제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뒤늦게라도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즉각 해결하는 건 기업의 당연한 의무다. 관련 언론보도가 4월 중순부터 나왔음에도, 해결방안이 정부가 나선 이후에나 발표됐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빌딩 옥상에서 SK텔레콤 직원들이 5G 전파 송출을 보름 앞두고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덧붙여, 이통3사와 제조사 간 어떤 논의가 있어서 ‘가짜 5G’ 표기가 가능했는지도 따져 봐야한다. 소비자 집단소송제가 활성화된 미국이었다면, 5G 커버리지를 과장하기 위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이미 소송전이 시작되고도 남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4월29일 현재 5G 가입자는 26만명 수준이다. 26만명은 무료 베타테스터가 아니라 고액의 5G 요금제를 부담하는 고객이다. 고객에게 비용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다. 당연한 기업의 의무를 이행시키기 위해 정부까지 나서야 할 지경이라면, 그 시장의 참여자 특히 기업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통3사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앞서, 소비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반성의 뜻을 밝혀야만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