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자본 독점 배달앱…자영업·소비자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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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獨자본 독점 배달앱…자영업·소비자 불안하다 배달의민족 독일기업 인수는 성공한 엑시트인가

기사입력2019-12-17 14: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핫한 뉴스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4조7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이자, 순수 국내자본으로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보여주던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상장기업에 넘어가며,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유니콘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해 모바일로 주문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4조7799억원,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카카오, 우버, 쿠팡 등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며, 배달앱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딜리버리히어로는 또다른 배달앱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닐슨코리아클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모바일 주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은 각각 55.7%, 33.5%, 10.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사실상 국내 배달시장은 독일자본이 독점하게 된 셈이다.

울며겨자먹기로 배달앱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이 뉴스가 불안해진다. 동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과거에는 직접 전단지를 돌려가며 마케팅을 해도 장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고는 주문전화가 오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배달앱 거래업체 애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전국의 소상공인들은 평균 2.19개의 배달앱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배달앱 거래업체들은 광고비 과다(37%), 광고수단 제한(7.9%), 귀책사유에 대해 판매자에게 일방적 책임 전가(7.9%)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답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광고비와 수수료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소상공인의 새로운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지난 11월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K-Startup Week ComeUp 2019’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유니콘 기업 숫자도 중요하지만 향후 한국자본이 만든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는 16일 논평을 통해, 배달앱은 사실상 유통과정이 한 단계 추가되는 것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여러개의 배달앱이 경쟁하며 수수료나 광고료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하나의 외국계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수수료 상승을 막는 견제 역할도 사라질 것이라 우려한다. 수수료 인상과 함께 배달앱사의 횡포 등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영업 불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의 M&A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남아있다. 전가협은 기업의 결합심사 이전에, 배달앱의 합리적인 수수료 기준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배달앱의 각종 수수료 횡포와 정보독점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공형 배달앱 플랫폼 구축과, 배달앱 시장의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 보완도 주문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4조7000억원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앞으로 전개될 시장혼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며 시장을 개척하고 나섰던 김봉진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 창업 전 아파트 쓰레기장을 뒤져가며 전단지를 모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독특한 기업문화로 국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기도 했으며, 스타트업 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행보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자본논리로 보면 성공한 엑시트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의 그늘에 가려진 선의의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그의 판단은 훗날 어떻게 평가될지 아쉬움이 남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