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없는 사회…편의·재정효과 or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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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동전없는 사회…편의·재정효과 or 통제 지하경제 양성화 등 기대…‘빅브라더’ 국가 통제 논란

기사입력2016-01-25 21: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최근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지급결제 비전 2020’을 보고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추진배경에는 동전이 실제 사용되는 가치에 비해 관리비용이 너무 커진 것에 대한 부담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한은이 동전을 아예 발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동전사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트에서 현금 1만원을 내고 9500원짜리 물건을 살 겨우 거스름돈 500원을 동전으로 받지 않고 교통카드나 모바일페이 같은 가상계좌로 받을 수 있게끔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 쇼핑 등을 할 때 신용카드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또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 활동이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등을 통해 이뤄지는 등 비현금 결제방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미 영국,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목표로 현금 사용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전자결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북유럽 국가들 중 500만원 이상 거래를 할 때 현금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곳도 있다.

사실 현금을 없애려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보다는 경제시스템 개선, 특히 세금문제 때문이다. 또 현금 사용을 많이 할수록 탈세나 지하경제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재벌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현금결제 비중이 50%도 안되는 나라의 지하경제는 전체 GDP 대비 12% 가량 되는 반면 현금결제 비중이 80%인 나라의 지하경제는 전체 GDP의 30%가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프라이버시 문제가 쟁점이다. 우리 금융기술력으로는 당장에라도 현금없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전자화폐 등으로 일원화시킨다는 것은 국가의 통제망에 집어넣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효과를 위해 현금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이 개인의 자율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