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포장한 대지미술가…크리스토 자바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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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자연을 포장한 대지미술가…크리스토 자바체프 포장된 국회의사당…독일인의 고통스런 역사적 기억 환기

기사입력2016-02-21 09:01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불가리아 출신의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 1935~)는 대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한 그는 오브제, 건축물, 도시환경 나아가 자연의 일부를 포장함으로써 현대미술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줬다.

건축물을 포장한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1985년 30억원을 들여 작업한 <포장된 퐁네프 다리>, <포장된 박물관>, <포장된 국회의사당> 등이 있다. 특히 독일의 국회의사당을 포장한 <포장된 국회의사당(Wrapped Reichstag)>의 경우 독일인들의 고통스런 역사적 기억을 환기시키며 의사당 건물 전체를 포장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건물 자체는 물론 그것의 의미까지 포장함으로써 박제된 예술품의 무덤이라는 미술관의 제한적 역할을 비판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드러냄과 감춤을 통해 대상이 가지는 다중적인 의미를 대중들이 눈치챌 수 있게 하고자 한 것이다.

또 자연을 포장한 대표작으로는 <달리는 울타리(Running Fence, 1976)>, <골짜기의 커튼> 등이 있다. 북부 캘리포니아 40km 정도를 천으로 뒤덮은 <달리는 울타리>는 2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히려 더 큰 이슈는 주변 목장주인들과의 의견 대립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논란 자체를 환영했으며, 예술에 무관심했던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이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미술에 새롭게 눈을 뜨고 그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에 대해 더 큰 흥미를 느꼈다. 작품을 통해 대중이 예술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변화하기를 바랐던 그의 갈망이기도 했다.

대지미술은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규모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점점 작품규모가 커지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거대한 퍼포먼스로 변한다. 또 사막과 산, 설원 등의 자연을 무대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따라서 작품 그 자체는 일회성으로 그치고 사진이나 스케치로 남는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융성했던 대지미술은 미니멀리즘의 지나친 형식주의와 작품 전시를 화이트 큐브의 갤러리와 뮤지엄으로 한정짓는 미술계의 관행에 저항하며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