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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영감을 나누다…23년 나이차 극복 소울메이트 예술가의 뮤즈 ⑥조지아 오키프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기사입력2017-06-04 10:46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미국 현대미술사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와 미국 사진작가로 명성을 떨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는 소울메이트였다. 두 사람은 23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예술세계를 존중하며, 서로의 뮤즈로서 예술적 영감을 나눴다.

오키프는 1946년 인생의 동반자였던 스티글리츠가 죽자, 뉴멕시코 사막으로 홀연히 떠나 수도자같은 은둔생활을 하다가 99세에 고독한 생을 마감한다. 말년에 그녀는 사막에 널려있는 동물의 뼈와 해골, 뿔 등에서 작품 모티브를 얻어 신비롭고도 추상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후세에 영향을 미친다.

조지아 오키프 작품<출처=Flickr>

오키프는 30세가 되던 해 운명의 뮤즈가 될 52세의 스티글리츠를 만난다. 당시 사진분리파 운동을 주도하던 스티글리츠는 사진계의 거장으로 떠오르던 인물이었다. 그는 뉴욕에 ‘291갤러리’를 열고 피카소나 세잔같은 유럽의 유명작가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오키프의 전시를 열게 되며, 사그라들던 창조력에 불씨가 될 자신만의 ‘뮤즈’를 만나게 된다.

이 전시를 계기로 오키프는 세계적인 작가들과 작품 수준을 논할 수준에 이르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이 전시는 그녀를 미국의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만드는 전환점이 됐다.

서로의 작품세계에 열광하며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은 1924년 결혼을 한다. 이후 스티글리츠는 1000여점에 이르는 조지아 오키프의 포트레이트 사진과 누드 사진을 촬영하고 ‘조지아 오키프:포트레이트(Georgia O'Keeffe:A Portrait)’란 제목의 사진집을 남겼다. 자신의 뮤즈인 오키프를 모델로 자신의 예술혼을 펼쳐보인 것이다. 그의 사진들에선 유독 오키프의 신비로운 삶의 내면이 엿보인다.

반면 오키프는 꽃 시리즈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누구도 꽃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더 천천히 꽃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며, 거대한 캔버스에 크게 확대한 꽃을 그려 관람자를 압도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바위나 동물의 뼈와 같은 자연물로 대상이 옮겨갔음에도 작품 특유의 신비로움은 더해졌다.

그녀는 남편이 사망한 이후 사막으로 이주해서도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사막과 자연이 주는 경외감 속에서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1986년 사망한 오키프는 그녀의 유언처럼 사막 근처에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미 우정국은 그녀가 미국의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해, 1996년 그녀의 작품으로 32센트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