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틀린 정보, 그대로 수용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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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보건복지부 틀린 정보, 그대로 수용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기사입력2019-04-22 19: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를 통해 불법과 전횡을 일삼은 총수의 이사연임 안건을 최초로 부결시킨 사건을 두고 ‘주주혁명’이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사연임이 저지돼도 재벌총수의 사내 영향력은 여전해, 사실상 이사로서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범위를 주주제안 등 경영참여 사안으로까지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방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이 22일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이 22일 공동개최한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총 이틀 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소집…의결권행사 무산 우려

3월27일 대한한공 주총일 불과 이틀 전, 3월25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조양호 이사연임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결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거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이 1%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한 의결권행사 내역을 사전에 공시해야한다. 대한항공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결권행사 내역을 사전 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총 1주일 전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관련논의를 마쳤어야했다는 게 김 변호사 주장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론을 못 내릴 경우 최종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다. 주총 2일 전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개최하면,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자 주장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다행히 주총 하루 전, 3월2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주주권행사분과와 책임투자분과가 참여한 합동회의를 통해 이사연임 반대를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논리를 수용한 수탁책임전문위원

보건복지부가 잘못 제공한 정보를 분별없이 수용한 수탁책임전문위원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수탁책임전문위원들에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를 할 경우, 단기매매에 따른 수익금 100억여원을 반환해야 하는 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설명했다. 이에따라 수탁자책임위원회가 대한항공에는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한진칼에 대해서만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이러한 경영참가형 주주권행사를 선언하는 경우 향후 6개월간 얻는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도록 했다. 반환해야 할 단기매매차익은 향후 6개월치이지, 과거 6개월치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경우 향후 단기매매를 하지 않기로 하고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임에도, 보건복지부 연금관리 담당자들은 마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선언 전 6개월치를 단기매매차익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처럼 반환예상 단기매매차익까지 계산해 설명함으로써,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행사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했다”며 “이는 보건복지부 담당부서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의 논의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내용 규정해야

김 변호사는 이밖에도 수탁자책임위원회 의결권행사 위임 기준이 불명확하고 일관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활동에 관한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서는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기금운영위원회 의결이 있는 경우 행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침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문제이사의 연임이 주총에서 주주들의 연대로 저지되었다는 것은 이사회 지배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시발점은 될 수 있어도, 이를 이사회 지배구조가 개혁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적어도 국민연금 등의 주주들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하는 공익적인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독립이사로서 CEO 등 임원이나 대주주로부터 독립해 불법·위법·부당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지배구조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주주혁명이나 연금사회주의 등 과도한 의미부여나 과도한 우려, 색깔론에 기댄 비판 등의 행위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상적인 모습을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로드맵에 따라 2020년 주총에서 본격적인 주주권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올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