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명예퇴직 거부자 전보발령’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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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KT ‘명예퇴직 거부자 전보발령’ 정당한가 인사명령 정당성 요건…업무상 필요성 vs 생활상 불이익

기사입력2014-05-20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지난 4월 8300여명에 대해 특별 명예퇴직을 시행한데 이어 KT가 최근 명예퇴직 거부자 291명을 신설조직인 CFT(Cross Function Team)팀으로 전보발령 조치했다. 전보발령된 근로자들은 △경기CFT(가평, 강화, 안중, 장호원 등) △호남CFT(진도 등 해안가) △영남CFT(영양, 영덕, 의령 등) △충청CFT(서천, 태안 등) △강원CFT(철원, 영월, 삼척) 등에서 근무하며, 현장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 활동 지원, 시설관리 등 사실상 KT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하게 된다.

전보발령 처분에 대해 KT 제2노조인 새노조는 명예퇴직 거부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수순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회사측은 인력 재배치에 따른 지역 인력 불균형 해소 등 정당한 인사발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KT 노사관계의 실태 및 관행 등에 비춰볼 때 적정한 선에서의 절충보다는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의 법률적 판단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전직 또는 전보처분 등 사용자의 인사명령권이 무제한적인 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 등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대법 1995.10.13. 선고 1994다52928)

인사명령권이 사용자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권리남용 없이 행사될 때만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KT 새노조, 언론연대, 참여연대 등은 지난 15일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황창규 회장이 명예퇴직 거부자에 대해 보복 인사 발령냈다”며 KT 광화문지사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불분명한 업무 지정으로 인한 피해와 출퇴근이 불가능한 원거리 발령 등으로 인권침해 행위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사진=뉴시스>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 권리남용 없이 행사될 때만 정당

이제 KT 사건을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으로 가져가 보자. 전보명령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법원은 전보명령의 원인이 되는 사용자측의 업무상 필요성과 전보명령에 따라 감수해야 할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한다. 양자를 저울에 달았을 때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면 그 전보명령은 권리남용에 해당돼 위법·부당한 명령이 된다는 것이다.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벗어나면 위법

결국 심리과정에서 사용자는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과 함께 전보명령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역시 최소화했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할 것이다.

업무상 필요성 존재가 입증되기 위해서 사용자는 이번 전보명령을 통해 업무능률이 증진되고, 근로자의 능력개발 및 근로의욕이 고양되는 등 기업의 합리적 운영에 기여했음을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대법 2006.1.27. 선고 2005두16772) 또 전보명령에 따른 업무수행상의 어려움, 근무장소 변경에 따른 출·퇴근의 어려움 등 근로자의 생활상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도 아울러 입증해야 한다.(대법 1997.7.22. 선고 1997다18165)

그런데 KT 전보명령 사건을 거칠게 요약하면 최소 15년이상 전화설비 설치 및 점검업무만을 수행했던 상당수 근로자를 아무 연고도 없는 진도, 영덕, 철원에 배치하고, 그들에게 기존 업무에 더해 마케팅 등 새로운 업무를 부과했다.(명예퇴직 대상은 최소 15년이상 근속자)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전보명령을 하게 된 업무상 필요성의 존재와 전보명령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부재에 대해 KT측이 위와 같은 수준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KT측이 전보발령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앞서 언급했던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 요건에 대한 비교·형량을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는 개별적 근로자 사건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덩치도 크고, 경영상 이유도 일부 존재하면서 제1노조와 명예퇴직을 합의해 실시했다면 근로자보다는 사용자의 손을 잡아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