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을 두고 보지 않는 소비자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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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대기업 갑질을 두고 보지 않는 소비자들의 힘 CJ, 프로듀스 X101·아이돌 학교 시청자의 갑질근절 활동 명심해야

기사입력2019-10-17 09:1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프로듀스 X101과 아이돌학교 방송 조작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이 나서자, 수사기관도 수사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방송계의 ‘갑’ CJ의 갑질 의혹이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갑질을 두고 보지 않는 수준을 넘어, 갑질 근절을 위해 직접 행동하는 소비자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다.

지난 15일 MBC 피디수첩의 방송제목은 ‘CJ와 가짜 오디션’이었다. CJ ENM의 케이블 채널 Mnet(엠넷)에서 방송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101’의 조작 의혹을 다뤘다. 가수로 데뷔하고자 하는 연습생들을 모아 오디션을 진행하고,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데뷔할 멤버를 가린다는 방송이다. 그런데, 최종 결과 방송에서 공개된 시청자 투표수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처음부터 제작진이 데뷔시키고자 한 연습생이 따로 있었고, 유료로 이뤄진 투표 자체가 모두 조작이었으며, 나머지 연습생들은 들러리를 섰을 뿐이란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프로그램 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내정자를 정해놓고 면접을 진행하며 수천명을 들러리로 세운 거대 취업 사기”라며 관계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실제로 법상 ‘사기’가 성립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수사 이후에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방송사가 ‘절대 갑’의 지위에 있는 방송 제작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공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엠넷은 투표수 조작 의혹제기에 대해, 단순히 수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상 실수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난 7월 수사기관에 스스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엠넷이 스스로 수사의뢰를 한 배경이 있다. 프로듀스 X101 시청자들로 이뤄진 진상규명위원회는 방송사의 갑질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활동을 해왔다. 지난 8월에는 CJ와 소속사 등에 대해 검찰 고발을 하기도 했다. 같은 방송사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이돌 학교’ 시청자들도 지난 9월 투표 조작 의혹을 이유로 방송사 등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기관까지 움직인 것은 결국 평범한 시청자들의 힘이다. 대기업의 갑질을 방관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힘을 CJ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모든 기업들이 스스로 갑질을 행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먼저 개선에 나서야 한다. 갑질의 불씨가 튀면 행동하는 소비자들의 힘이 또다시 폭발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