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법개정안, 공정시장 조성 위한 최소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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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공정법개정안, 공정시장 조성 위한 최소한 장치 입법 늦줘지면, 법망 피해가는 일감몰아주기 변종 생겨난다

기사입력2020-10-0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9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열린 공정경제3법 무산 시도 재계 규탄 및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입법 촉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대기업의 경영분야 확대, ‘문어발식 경영’이 우리사회에 자리 잡은지 오래다. 대기업 자체의 효율경영 차원에서 본다면 이해할 구석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폐해가 너무 컸다.

문어발식 경영이란 말 그대로, 문어발처럼 주력업종 이외 다른 업종으로 경영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생산을 주로 하는 기업이 자동차와 관련된 업종에 자회사 혹은 협력회사 형식으로 발을 뻗는다. 기업입장에선 관련 부품을 중간 마진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물론 동종시장 장악력도 강화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 대기업에서 문어발식 경영은 하나의 흐름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방식 이면에 시장교란과 파괴가 있음을 그들도 잘 안다. 대기업의 경영범위 확대가 일감몰아주기 형태로 나타나면서, 중소기업 말살로 이어진 사례는 차고 넘친다. 여기에 더해 자회사·계열사 주요 자리에 일가친척을 포진시켜 왜곡된 족벌경영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물량공세로 시장을 독점한 대기업은 공급량을 조절해 소비자를 을의 위치에, 스스로를 갑 자리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편법·탈법을 넘어 불법을 동원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경영권과 부를 세습했다. 이 과정에서 교묘한 방식의 탈세가 계속되면서, 세간의 질타를 받는 것 또한 관행화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왔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정부가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 법안이 원안 통과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이 386곳 늘어난다. 재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크게 증가한다며 반발한다. 개정법안 시행시 규제 회피를 위해 총수일가 지분을 정리해야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시민사회 대다수는 말 그대로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평가한다. 법안통과 이후에도 추가적인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추가 보완책의 핵심에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로 고사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활력을 제고할 방안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계속된다. 총수일가의 지원을 받는 신생업체가 한순간 동종업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본다. 한 평생 한 우물만 파온 중소기업·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절박함과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의 탈법·불법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중소기업들이 하소연 할 곳을 찾는 사이에도, 대기업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신생업체는 승승장구한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재벌대기업 편향의 시장을 한 순간에 공정하게 만들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정착할 자리조차 없었던 중소기업에게 한 공간을 내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늦추거나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면, 그만큼 법망을 피해가는 일감몰아주기 변종이 만들어진다. 법안 지체로 인한 피해는 다시 중소기업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