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성장모델·국제경제질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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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기후위기 대응…‘성장모델·국제경제질서’ 전환 바이든 정부 등 대내외 변화정책에 능동적인 대처 필요

기사입력2021-06-02 00:00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정부와 기업의 ESG 대응에서 가장 첫 번째 고려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펴낸 ‘기후정상회의를 통해 본 바이든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 보고서는, “외교·안보 정책과 경제성장 및 일자리 정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면밀하게 검토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에서 지속적으로 밝힌 바를 근거로,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미국의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경제적 경쟁력 보장, 환경정의 실현 등에 초점”을 두고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또, “미국이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격상했으므로, 향후 미국이 EU와의 협력을 공고화하면서 유럽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 이행에 어떻게 대응할지, 중국과의 기후변화에 관한 경쟁적 공존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 기술패권 경쟁과 차별화할지에 대한 이슈 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바이든, 임기 초부터 위기대응 드라이브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으며, 취임 초기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에 재가입했으며, 지난 1월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 백악관 기후특사를 신설했고, 정부 각 부처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으며, 국무부에 기후 전문가를 다수 배치하는 등 트럼프 정권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은 환경 관련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후대응 추진방안을 담았다. 정부 조달을 통한 저탄소 전력과 전기자동차 사용 확산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30년까지 해상풍력 생산 두 배 증대를 위한 절차 확인, 연방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와 기반시설의 기후변화 회복력 증진을 위한 계획 개발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행정명령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경제성장정책은 물론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외교의 중심이 될 경우 미중간 협력의 여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외교·통상 정책은 한편으로는 기후외교를 통한 미국 주도 다자체제 복원과,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 디커플링을 위한 기술패권 경쟁이 공존하는 이중적 접근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 상향 의지 표명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전세계 정상들을 초대해 지난 4월 개최한 기후정상회의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서 주요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각국 정상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상향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도 했다.

회의를 주도한 미국이 파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50~52%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에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공격적인 목표치 제시에 주요 국가들도 이전에 발표한 목표치를 상향했다.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였던 감축목표를 최소 55% 감축으로 높였다. 일본 스가 총리는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이란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전의 목표치가 26% 감축이었던 데 비하면 야심찬 목표라 평할 만하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 역시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며, 목표치 상향에 동참했다. 종전 목표는 30%였다.

주요 개도국들은 기존의 약속내용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기존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인도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목표는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역시 2050년까지 순 누적 배출량을 상당 수준 감축하겠다는 모호한 약속만 제시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한 계획을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계획을 지난해 말 유엔에 제출한 바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상향한 목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위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단, 석탄화력발전의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국내적으로도 관련해 피해를 입은 산업과 기업, 일자리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 성장모델 전환이자 국제경제 질서 전환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성장모델의 전환이자 산업과 국제경제 질서의 전환으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처할 경우 “전세계적인 산업·성장 모델의 전환에서 뒤처져 낙오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 추진에 따라 생산과 고용이 축소되는 산업뿐만 아니라 반대로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는 산업이 생기는 새로운 산업혁명 발생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공정한 전환이 원활하게 실현되도록 돕는 제도와 정책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 주력인 산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탄소중립 달성은 지난한 도전과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력 제조업의 기존 공정의 청정전환과 함께 온실가스 흡수율 제고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용량 증가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미진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동시에 전통 에너지산업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발표한데 따른 기회 모색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현재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세계 1~3위의 해외 석탄발전 지원국들이 모두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화석연료 에너지의 청정에너지 전환 가능 분야를 진단하고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을 지원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원 빈국인 한국이 국내 수요에 따라 석탄발전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 3대 석탄화력발전 수출국이 된 경험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기술개발과 생산에 주력해 개도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