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총수일가 자금조달창구 역할”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삼성웰스토리, 총수일가 자금조달창구 역할” 공정위, 과징금 2349억원 부과…최지성 전 미전실장·삼성전자 고발

기사입력2021-06-24 16:04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전략실 개입 하에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와 지원을 받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5개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부당지원행위 사건 집행 이래 최대 규모이며,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원은 국내 단일기업 규모로는 최대”라고 설명했다.

사내급식 담당 계열사인 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 줬는데, 공정위는 이것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계열사 부당지원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수 계열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상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며,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됐던 계열사 간 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수의계약으로 동종업계 영업이익률의 5배=삼성전자 등 4개사는 2013년 4월부터 공정위 심의가 이뤄진 올해 6월2일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면서,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전기 10%),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높은 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해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앞서 2012년 말 웰스토리(당시 에버랜드)가 제공하는 급식 품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식재료비 추가 투입으로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은 기존 22%에서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마련했고 최지성 당시 미전실장은 2013년 2월 이를 확정했다.

공정위는 이부진 당시 에버랜드 전략사장에게 웰스토리가 보고한 문건을 근거로, “당시 미전실이 개입해 마련한 계약구조 변경안은 웰스토리의 기존 이익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략실 결정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하여서는 안 됨”이라는 미전실 방침에 따라 웰스토리는 2013년 중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와 급식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삼성전자 등 4개사의 시장가격 조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또 2014년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중단시켰다. 미전실이 없어진 이후에도 미전실 역할을 하던 사업지원TF가 2018년 삼성전자의 식당 입찰을 중단시켰다.

약 9년간의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는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미전실이 의도한 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도 달성했다.

◇총수일가 캐시카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핵심=공정위는 웰스토리가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에버랜드의 사업부였던 웰스토리는 물적분할한 2013년부터 에버랜드의 자회사였다. 에버랜드는 이후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고,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했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2015년 9월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다.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 웰스토리 부문의 가치는 약 2조8000억원으로 피합병회사 구삼성물산의 가치(약 3조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았다. 공정위는 당시 평가보고서에서 “웰스토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한 역할이 이 외에도 더 있다고 봤다. “이 사건 내부거래를 통해 웰스토리가 취득한 이익은 배당금의 형태로 삼성물산에 귀속돼 대규모 자금수요를 충당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합병과정에서 자사주 매입, 합병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응 등에 대규모 자금을 사용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 중 웰스토리는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인 2758억원을 삼성물산에 배당했다.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웰스토리 지원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됐던 계열사 간 지원행위”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