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임금체불에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발의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상습 임금체불에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발의 노동·시민단체 “임금체불, 생존위협 중대범죄”

기사입력2021-09-06 15:3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체불임금에 상응하는 부가금을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부가금)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사진=뉴시스>

상습적인 임금체불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노동·시민단체들이 국회에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 등은 6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가족과 함께 따스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명절에 임금을 체불당하고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구조된 사건이 발생했다”며, “임금체불로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다. 임금체불이 노동자와 부양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체불임금에 상응하는 부가금을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부가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의사 불벌 조항의 실질적인 폐지 내용도 추진한다. “임금체불이 단순히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범죄라는 관점을 정립하고 임금체불 예방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밖에 임금체불 사업주의 공공부문 입찰을 제한,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임금체불에 대한 지연이자제를 재직자로 확대 적용 등을 통해 임금체불 예방을 모색한다.

◇임금체불 일본의 16배, 취업자 기준 40배=기자회견 참여단체들은 한국의 임금체불 규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4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임금을 체불당하고, 1년 동안 발생하는 임금체불액을 합치면 1조 원 후반 수준에 달한다”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액은 2018년 기준 일본의 16배, 취업자 수를 감안하면 40배에 이른다는 추정치가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임금체불이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을 들며,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임금체불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며, “임금을 체불당하는 노동자의 40%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 있다”고 했다. “임금체불로 발생하는 생계의 위협과 피해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9년 ‘임금체불 청산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국가가 체불임금 일부를 노동자에게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체당금 제도가 개선되는 등의 제도 도입은 일부 진전된 바다. 하지만 기자회견 참석단체들은 “임금체불을 예방하기보다 사후구제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7월까지 남은 임금체불 1200억원 넘어=임금체불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82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나 감소했음에도 8000억원을 넘겼다. 체불인원은 14만9150명 규모다. 지난해보다 19.0% 감소하면서 15만명 아래로 내려왔다.

지도해결과 체당금, 무료법률구조 지원을 통해 해결된 청산액은 6990억원이며, 남아있는 체불액은 1283억원에 달한다. 체불액은 지난해보다 28.3% 감소했음에도 1200억원을 넘겼다. 규모 별로는 30인 미만 기업에서의 임금체불액이 전체의 73.7%를 차지했다.

정부는 체불임금 청산 의지는 있으나 일시적 경영악화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업주에게 한시적으로 융자 이자율을 1.0%p 인하해 사업주의 자발적인 체불 해결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사회보험료 체납사업장과 건설현장 등 임금체불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선정해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지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지도·지원 중심 대책을 시행 중임에도 임금체불 문제의 개선이 요원하자,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이 입법을 통해 임금체불 피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임금체불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노동자·시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여야가 합심해서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만연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