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만드는 통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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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현대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만드는 통로가 되기를” 7월24일까지 소마미술관 ‘드로잉 나우(Drawing Now)’전

기사입력2022-04-27 10:32

국내에서 드로잉 작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술관은 그리 많지 않다. 작가의 습작이나 초벌그림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인기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로잉 작품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수다. 보통 저평가되기 일쑤지만, 작가의 초기 아이디어와 영감을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김규식, 진자운동실험 Test of Harmomograph#19402-02, 젤라틴 실버 프린트, 25×20cm, 2019.

드로잉은 시대마다 다른 의미로 읽혔다. 회화의 절대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던 르네상스 시기에는 밑그림이라는 의미가 강했던 반면 사생을 즐겨하고 감각적인 화풍을 추구했던 19세기 인상주의 시기에는 오히려 드로잉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들이 더 큰 관심을 끌었다. 현대미술에서는 드로잉을 작품에 들어가기 전의 습작으로 제한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2차원을 넘어 3차원의 공간을 활용하는 증강현실 작품 등 드로잉의 의미나 형식이 경계를 허물며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소마미술관은 2006년부터 드로잉센터를 운영하며, 국내외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 온 곳이다. 이번 ‘드로잉 나우(Drawing Now)’전도 동시대 미술 흐름 속에서 드로잉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드로잉 주제전이 대중들에게는 현대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만드는 통로로 기능하고, 미술계 전문가들에게는 드로잉의 확장성에 대해 더욱 심도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시의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품들은 가벼운 듯하지만 압축적이고 직관적이다.

김규식 작가는 아날로그 사진의 프로세스와 ‘현실을 재현’한다는 사진의 관념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안재홍 작가는 인간 내면에 대한 사유를 인체 형상의 조각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양대원 작가는 인간의 내적 성찰을 동글인(Circleman)이라는 캐릭터와 문자도를 변용한 기하학적 도상으로 표현했다. 유현미 작가는 자작 소설 ‘그림 없는 퍼즐’을 전시와 연계해 출판했다.

또 이예승 작가는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술을 미디어아트로 연결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현대적인 수묵작업을 시도하는 정광희 작가는 ‘나는 어디로 번질까’와 ‘자아경-자아경’ 연작을 선보인다. 정석희 작가는 예술가로서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숭고함과 비루함 등에 대한 실존적 탐구를 영상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조소희 작가의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드로잉적으로 해석한 작품 ‘일곱계단’은 장시간의 반복적 코바늘뜨기 노동이 공간과 만나는 작업이다. 작가는 드로잉을 통해 아름다움이 일상에 가까이 있음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