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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비자 사랑으로 성장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SPC 허영인 회장의 구속과 SPC의 열악한 노동실태

기사입력2024-04-09 10:1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지난해 11월1일 개최한 ‘반복되는 사망사고, 확인되는 조직적 노조파괴, SPC그룹 허영인 회장 규탄 기자회견’. <사진=화섬식품노조>

국내 제과제빵 업계 1위 기업인 SPC의 허영인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구속됐다. 올해 3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하고 검찰수사관에게 수사기밀을 제공받는 대가로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구속한데 이어, 검찰은 노조파괴 행위가 허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허 회장을 구속한 것이다.

SPC의 열악한 노동실태는 수년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1매장 1제빵기사라는 회사의 방침 아래 하루 수백개의 빵을 만들어내는 노동강도에도 대체인력 부족으로 연차와 보건휴가 사용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노동시민단체는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출범해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사회적 합의 이행,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해결, 점심시간 등 휴식권 및 보건 휴가 등 모성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전국행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SPC의 제빵기사 불법파견에 대해 2017년 노동부가 직고용을 지시했지만, SPC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를 간접고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왔다. 또, SPC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조합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한편, 사측에 친화적인 노조 가입을 지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혐의도 불거져 나왔다.

SPC그룹 계열사의 작업장 안전문제도 사회적 충격을 줬다. 2022년 10월 에스피엘 평택공장에서는 23세 노동자의 끼임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사고가 난 기계를 덮어두고 다른 노동자에게 생산을 계속하게 한 것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월에는 샤니 성남공장에서 55세 노동자가 볼리프트 끼임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뿐만 아니라 그룹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등 SPC그룹은 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었던 만큼, 언론을 통해 알려진 SPC의 민낯은 커다란 실망과 분노로 이어져 불매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SPC 노동착취 관련 토론회에서 “빵이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쇼케이스의 빵이 혐오스럽다”는 파리바게트 제빵기사의 말이 전해졌다.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을 착취하고, 노동자의 고통 속에서 빵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소비자의 사랑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기업의 성장과 함께 한 노동자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SPC의 수장인 허영인 회장은 이번 구속을 계기로 그동안 이어진 노동 탄압에 대해 반성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