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부동산 광풍 우려, 잘못된 신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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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고금리에도 부동산 광풍 우려, 잘못된 신호 탓 정부가 뒤늦게 대책 발표한다지만…시장에 준 신호부터 재점검해야

기사입력2024-08-02 00:00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18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와 KB국민은행 등 여타 기관의 통계를 참고해봐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당기간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뭔가 문제가 있다.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우선 시장에 준 잘못된 신호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투기적 수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주 개최한 부동산 TF에서도 “최근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투기 수요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철저히 관리하는 등 보다 경각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이 나왔다.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부는 주로 공급확대에 초점을 두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8월 중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여기서는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급 중심의 대응이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을 전망하는 소비자지수는 115로 한달만에 7p나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2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갈 수 있고, 자칫하다가는 부동산 광풍이 다시 몰아칠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이에 따른 한국의 금리인하 요구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의 연준도 한국은행도 아직까지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았다.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으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가는 부동산 광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래서는 내수부진으로 소상공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더라도 기준금리를 쉽사리 인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만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은 아니다. 특히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정부가 부동산TF에서 “투기 수요”나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에서 재검토”와 같은 강한 표현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보다 불과 2주 전인 7월 초 국토부장관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거나 시장 개입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밝힌 일이 있다. 시장이 이같은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9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래의 금리상승에 따른 상환부담 등을 고려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DSR은 7월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이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연기에 대해 나름의 사정과 이유를 밝혔지만,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의 7월 넷째주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는 30%에 그쳤다. 특히 매우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5%에 불과했다. 반대로 부정적 평가는 61%에 달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에 준 신호들을 재점검하고,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광풍 억제를 위한 대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칫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광풍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면 소비부진과 부동산 가격 급등 사이에서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괴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