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인과 협업해 변화하는 전통과 문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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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전통 장인과 협업해 변화하는 전통과 문화 조명 인류의 민속문화 재해석하는 이슬기 작가의 개인전 ‘삼삼’

기사입력2024-09-24 16:38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갤러리현대는 지난 6월27일부터 8월4일까지 이슬기 작가의 개인전 ‘삼삼’을 개최했다.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이슬기가 한국에서 몇 개월간 체류하며 고안한 ‘현판프로젝트’와 그의 대표작 ‘이불프로젝트 : U’의 새로운 이불 작품들, 대규모 설치작업을 재편성한 ‘느린 물’, 갤러리현대 전 층을 가로지르는 ‘모시 단청’ 벽화 작업 안에 설치된 ‘쿤다리’, ‘K’, ‘바가텔’ 등이다.

‘현판프로젝트 쿵쿵’, 2024, 홍송에 단청, 140×180×4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전시제목 ‘삼삼’은 ‘삼삼하다’는 표현에서 착안했으며, 이는 이슬기 작품의 특유의 시각적 특성과 의미를 함축하는 키워드다. ‘삼삼하다’는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는 뜻을 지니며, 이슬기의 작품은 보편적이고 고정된 의미를 넘어 다양한 감각과 의미를 탐구한다.

이슬기 작가는 1992년 프랑스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민속적 요소와 일상적인 사물을 기하학적 패턴과 선명한 색채로 표현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면서도 특유의 조형성과 색채를 강조하며, 자연과 인류의 기원,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다. 한국의 전통 단청과 문살, 통영의 누비이불, 멕시코의 전통 바구니 등 다양한 전통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하는 전통과 문화를 새롭게 조명해왔다.

전시에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은 ‘현판프로젝트’로, 도안화된 의성어나 의태어를 나무 널빤지에 새겨 그 의미와 외형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작가는 덕수궁 대한문 현판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문’을 탐구하며, 문이 암시하는 세 가지 공간(들어가는 곳, 나가는 곳, 우리가 있는 곳)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시각적 해석을 제시했다.

‘모시 단청’ 2024, 단청, 700×1000cm. <이미지 제공=갤러리현대>

또 ‘모시 단청’은 전시장의 세 개 층을 가로지르는 벽화로, 전통기법인 ‘긋기단청’을 사용해 제작되었으며, 직물의 직조방식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느린 물’은 고대 로마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물의 움직임과 빛을 표현하며 공감각적 경험을 전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선사시대 및 신석기시대 유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쿤다리’ 연작이 전시됐다. ‘쿤다리’는 원초적인 형태로 재해석된 여성 신체의 조형물로, 기하학적 형태와 유머러스한 비틀기가 가미돼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슬기(1972년)는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DNSAP 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 졸업 후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주스 앙트르프리즈(파리), 맨데스우드 DM 갤러리(브뤼셀), 인천아트플랫폼, 라크리에 아트센터(렌)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0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9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17회 리옹 비엔날레에 초대되기도 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