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데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규제’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데 “규제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혁신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야”

기사입력2024-09-12 11:3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지금 시대는 혁신을 위해 규제를 넘어선다는 차원이 아니라 혁신과 규제가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중기이코노미

‘혁신’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창출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편의성과 정보접근성을 향상시키며, 포용성을 확대하는 역할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혁신이 항상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어떤 영역에서는 시장에 무조건 맡겨둘 수 없는 경우가 있어 ‘규제’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품안전 규정, 독과점 규제, 환경 규제 등 규제 영역은 시장 실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차별금지 법안, 성희롱 방지법, 개인정보보호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법안 등은 윤리적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조 변호사는 법무법인 디엘지와 드림플러스가 11일 개최한 ‘규제를 뛰어넘은 혁신 스타트업 이야기 세미나’에서, “지금 시대는 혁신을 위해 규제를 넘어선다는 차원이 아니라 혁신과 규제가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보호, 건강과 안전, 시장의 공정성 등을 위해 만들어지는 규제와 혁신의 균형점을 찾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와 혁신의 갈등=카카오택시의 등장 후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 규제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을 가로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 산업 규제는 새로운 결제서비스나 디지털 뱅킹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규제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위험도 적지 않다. 초기의 가상화폐와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에서의 규제 공백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자금세탁, 사기, 불법 거래 등이 발생했다. 또, 자율주행차의 법적 책임 문제, 안전기준, 데이터 보호 등의 규제 미비로 자율주행차의 조기 상용화와 수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역시 필요한 규제가 작용하지 못한 결과였다.

혁신이 규제를 침해하거나, 무시 또는 우회하려는 시도도 있어왔다. 차량공유서비스 ‘타다’에 대한 규제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자 법적 틈새를 이용해 ‘기사포함 렌터카’가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불투명성과 높은 비용으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규제가 도입됐다.

법무법인 디엘지와 드림플러스는 지난 11일 ‘규제를 뛰어넘은 혁신 스타트업 이야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규제를 통해 혁신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촉진했고, 식품안전 규제로 새로운 보존기술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포장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혁신과 규제의 균형=조 변호사는 혁신과 규제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공안전과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장에서 혁신이 긍정적인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규제는 필요하다.

혁신과 규제가 균형을 이루며 성공한 사례로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정책이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부터 도시 전체를 첨단기술로 연결해 데이터 기반 정부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 보안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정했다. 조 변호사는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은 혁신적인 정책과 강력한 규제의 성공적인 조화를 이룬 모범사례라고 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Energiewende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엄격한 환경규제를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편 법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혁신과 규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가 규제의 제약 없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2019년 도입됐다. 이 제도를 통해 모바일 결제시스템, 자율주행차 테스트, 드론 배송서비스 등이 실험됐으며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규제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기업 차원에서 규제에 대한 협력과 참여를 주문했다. 조 변호사는 해외와 비교할 때 우니나라는 자율규제를 정하기도 어렵고, 또 정하더라도 그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국가 또는 기관에서 강제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서 윤리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함께 지속가능한 기술개발과 환경보호 노력,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통한 혁신을 진행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할 것도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