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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감각의 본질과 사회적 이슈를 작품에 반영하다 ‘나와 타자의 경계 없음’ 탐구하는 아니카 이(Anicka Yi)

기사입력2024-10-29 09:36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공생적인 빵’, 2014, PVC 돔, 프로젝터, 단채널 비디오, 글리세린 비누, 레진, 반죽, 분말 안료, 플라스틱, 마일러, 비즈, 템페라 물감, 셀로판. 가변 크기,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소장, 클라우스 비센바흐를 기리며 차라 슈레이어 기증. <사진 제공=작가, 뉴욕 47 카날,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한국계 미국인인 아니카 이(1971)는 독창적인 감각적 탐구를 통해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독특한 재료 사용과 비인간 지능의 탐구를 통해 시각을 넘어 후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작품에 통합시키며, 문화적 조건이 지각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 그는 이러한 접근을 “감각의 생물-정치(biopolitics of the senses)”라고 정의하며, 현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아니카 이의 작업은 실험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박테리아, 냄새, 튀긴 꽃 등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재료를 활용해 감각의 본질과 사회적 이슈를 작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업이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이유는 과학, 기술, 생물학의 융합을 통해 정체성과 존재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몰입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미, 미생물 등 살아있는 생물을 조력자로 삼아 삶과 죽음, 영속성, 부패 등의 실존적 주제를 탐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기계, 균류, 해조류 등의 비인간 지능을 탐구하고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 2024, 단채널 비디오, 16:04. 영상 스틸, <사진 제공=작가, 리움미술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리움미술관은 지난 9월5일부터 시작해 오는 12월29일까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인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여 년간의 작업을 포함해 신작 33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인 간화선(看話禪)에서 유래된 수수께끼 같은 구절로, 작가의 명상적이고 영적인 작업 스타일을 반영한다. 이는 인간중심주의에 도전하며 ‘나와 타자의 경계 없음’을 탐구해 온 작가의 작업의 본질을 드러낸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서의 개인적 여정을 반영하고, 이주와 상호 연결성이라는 작업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니카 이는 2016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휴고 보스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서 현대 커미션 작가로 선정돼 대규모 신작을 발표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2019)와 광주 비엔날레(2016) 등 주요 국제 미술행사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