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취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 ‘수묵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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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한국적 정취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 ‘수묵의 정신’ 이상범, 변관식, 장우성, 김기창, 성재휴, 박노수, 서세옥, 민경갑

기사입력2025-02-13 13:22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아트파크가 세브란스 새병원 20주년을 기념해 ‘수묵의 정신’전을 오는 2월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8인의 동양화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월전 장우성, 운보 김기창, 풍곡 성재휴, 남정 박노수, 산정 서세옥, 유산 민경갑의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통 회화의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각 작가의 독특한 필법과 묵법을 통해 수묵화의 심오한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통해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범, 하경산수, 종이에 수묵담채, 79×181cm.

▲청전 이상범(1897~1972)은 한국 근대 산수화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농담을 조절한 짧은 붓질을 수없이 반복해 안개에 덮인 숲의 모습을 그려내며, 1950년대에 ‘청전양식’이라는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 부드러운 필치와 담백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성찰을 담아내며, 한국적인 정취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보여준다.

▲소정 변관식(1899~1976)은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바탕으로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한국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냈다. 특히 필치의 강약과 여백의 활용을 통해 산수의 깊이와 운치를 강조하며, 1937년 서울을 떠나 전국을 여행하면서 실경사생(實景寫生)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김기창, 무오년, 1978, 종이에 수묵담채, 66×139cm.

▲운보 김기창(1913~2001)은 동양화가 추상예술의 풍조를 따라 시대성에 발맞춰 전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동양화’ 운동을 이끌었다. 대담한 필치와 생동감 있는 색채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동양화 기법으로 예수의 생애를 그려낸 ‘예수의 생애’ 시리즈와 힘찬 에너지가 담긴 ‘군마도’ 등이 있다.

▲풍곡 성재휴(1915~1996)는 전통적 원근법인 삼원법과 준법에서 벗어나 적(赤), 황(黃), 청(靑) 삼원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개성 있는 한국화를 선보였다. 그는 전통 산수와 화조화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며, 한국의 자연과 산수를 깊이 탐구하고 수묵의 농담과 여백의 미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박노수, 95×145cm.

▲남정 박노수(1927~2013)는 전통 수묵화의 정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킨 화가로,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인다. 이상범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선묘와 투명한 색채를 결합해 청아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작품을 창조했으며, 전통적인 수묵화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색의 활용에 있어 신선하고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산정 서세옥(1929~2020)은 장우성의 제자이자 한국 현대 동양화의 중요한 선구자로, 추상성과 단순성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동양화를 개척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인간’ 시리즈를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추상작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점과 선을 이용한 수묵화의 기운으로 깊이 있는 감동을 전달하는 그의 작품은 전통 수묵화의 기법을 현대적이고 개성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경갑, 35×45cm.

▲유산 민경갑(1933~)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수묵화의 기법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발묵을 바탕으로 진한 채색과 색의 대비를 통해 평면적인 느낌을 강조한 진채화로 특징지어진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현대적 변화를 선도한 중요한 예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