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뒤처지는 한국…배당성향이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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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기업가치 뒤처지는 한국…배당성향이 최하위 한은 보고서, “주주보호 강화·주주환원 확대로 기업가치 올려야”

기사입력2025-03-1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의 기업가치와 배당성향이 주요국 비교에서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보호와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7일 펴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의 데이터를 이용해 16개국 3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제비교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한국 기업의 2019~2023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은 2.5%로 일본(-0.1%), 영국(0.0%) 등 선진국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평균 부채비율 역시 비교 대상 국가의 평균 수준보다 낮았다.

하지만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으로 평가한 기업가치는 1.4배로 비교대상 16개국 중 아르헨티나(0.9)와 러시아(1.4)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뒤처졌다.

주주보호 역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데이터 중 주주보호 관련 항목을 점수화한 결과, 한국 기업의 평균 주주보호 점수(6.8)는 16개국 중 12위에 그쳤다. 특히 주주보호 점수의 기업별 편차(1.70)가 주요 선진국(영국 0.95, 미국 1.05)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부 기업은 9점 이상의 우수한 점수를 기록했으나 최하위 수준인 6점을 하회하는 기업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보고서는 실증분석 결과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는 모든 모형에서 기업가치와 유의하게 양의 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업의 지배구조 집중정도를 보여주는 유동주식 비중 역시 한국은 60.6%로 미국(95.0%)이나 영국(93.9%)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보고서는 이같은 낮은 유동성이 “원활한 주식매매를 저해해 주식의 가격발견 기능 저하, 주가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이어져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유독 유동주식 비중이 낮은 이유로는 “기존 상장기업에서 물적·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된 자회사를 중복상장하는 관행”을 들었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수익 중 배당금을 지급한 비율인 배당성향을 국가별 MSCI 지수에 포함된 기업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에서는 1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배당금 외에 자사주 매입까지 고려하기 위해 영업 현금흐름 대비 주주환원 규모를 살펴본 결과 역시 우리나라(0.2)는 튀르키예(0.1), 아르헨티나(0.1) 다음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주주보호…기업가치에 긍정적

보고서는 주주환원과 현금성자산, 기업가치 등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는 모든 모형에서 기업가치와 유의하게 양의 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주주보호 수준 지표도 대체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주환원 성향이 높거나 일반주주 보호수준이 양호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선호되며, 그 결과 주가 상승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견인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처럼 실증분석 결과 “주주보호를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은 대체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의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기보다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효과는 주주보호가 미흡한 그룹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주주보호 수준이 취약한 기업은 여유자금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는 것보다 주주환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미래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대규모 자본적 지출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 주주환원 확대 시 자본투자 기회가 제약돼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석결과를 보면, 주주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는 주주환원을 확대할 경우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환원 확대, 투자계획 공시 등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의 경우 자본적 지출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뿐만 아니라 자본투자의 중요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무엇보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성장이 병행되도록 지배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일반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