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 꺼내든 EU, 대미 협상 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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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보복관세 꺼내든 EU, 대미 협상 장기화 가능성 우회수입 제한에 한국이 받을 영향 대비해야

기사입력2025-06-0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보복관세 카드까지 꺼내든 EU가 무역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트럼프 상호관세 시행에 따른 EU의 대응과 전망’ 보고서는 “EU-미국 무역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조치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EU는 미국 내 상황을 지켜보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미국과 무역협상에 나서면서도 일단 보복관세 리스트에 대한 역내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 카드를 마련한 후 미국과의 다음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 유예 이후 양측의 무역협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EU는 기본관세 10%의 폐지가 포함되지 않은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90일 이내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EU, 협상 안되면 7월에 관세전쟁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주요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에 대한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결정하고 EU를 비롯한 주요국과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EU와의 협상은 4월 14일 시작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5월 23일 EU에 대해 50%의 관세를 6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EU 집행위원회가 부과 유예 요청과 함께 협상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2일만인 5월 25일 추가관세 조치를 7월 9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EU는 대미 보복관세 외에 대미 수출품이 EU로 우회수입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의 대EU 수출 역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6월 4일부터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해당 결정을 비판하면서 추가적인 대응조치 마련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미국과 수용 가능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7월 14일부터 예정대로 대미 보복관세가 발효된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미국과 EU과 보복관세 카드를 내놓으면서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관세조치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판단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5월 28일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상호관세와 기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철강이나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에는 영향이 없지만, 트럼프 관세의 핵심인 상호관세 조치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 직후 즉시 항소했으며, 5월 29일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쟁점 파악을 위해 국제통상법원의 결정을 일시 중지시켰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는 다시 유효해졌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필요한 경우 다른 법률을 활용해 관세부과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U의 우회수입 제한, 한국도 유탄맞을 우려

EU는 대미 보복관세 외에 대미 수출품이 EU로 우회수입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EU의 이익 보호를 위한 통상위협 대응조치를 발동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관세조치에 대한 미국 내 사법적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대미 협상 카드와 속도를 전략적으로 선택·조율해야 하며, 동시에 EU의 우회수입 모니터링 강화에 대한 대비 및 무역 다각화 적극 추진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대미 협상전략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시장 접근성 확대나 전략적 공급망에서 특정국 배제와 같은 일반적인 요구사항과 교역국별 맞춤형 요구안을 마련해 공세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도 다른 나라의 협상내용이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서는 EU와 일본의 협상내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EU에 부가세 폐지, 일본에 농산물 수입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안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협상 가능한 선택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U의 우회수입 모니터링 강화에 대해서는 “한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대EU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경계하는 동시에, 상시적 대EU 협의 채널 운영 및 필요시 적극적인 정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주요 교역국과 무역협정이나 경제협력협정(EPA)을 신속히 체결하거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