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사색…천년고찰에서 만나는 고요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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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기도와 사색…천년고찰에서 만나는 고요한 쉼표 수종사, 검단사, 백련사, 자재암, 청룡사…산사로 떠나는 치유의 여행

기사입력2025-06-15 09: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남양주 수종사의 대웅보전 <사진=경기관광공사>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기도와 사색을 받아온 고찰(古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시간의 겹과 자연, 인간의 신앙이 만나 이룬 조용한 우주다. 경기도 곳곳에는 이런 천년고찰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깊은 사색과 치유의 여정을 선물하는 경기도 산사 다섯 곳을 소개했다.

남양주 수종사…두물머리를 품은 절경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는 수도권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가파른 언덕길 끝에 선물처럼 다가온다. 경내 중심에 있는 대웅보전과 500년 은행나무도 인상적이지만,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정헌’. 차를 마시며 유리창 너머 풍경을 감상하는 순간, 번잡한 마음도 잦아든다.

파주 검단사…한강과 임진강이 흐르는 고요

847년 진감국사 혜소가 창건한 검단사는 역사적으로는 왕릉 원찰이었지만, 지금은 소박한 규모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300년 느티나무 아래 앉아 두 강이 만나는 풍경을 바라보면,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동시에 스며든다. 법화전에는 조선 후기 불화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으며, 무량수전의 편액과 주련이 모두 한글로 적혀 있어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용인시 향수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 ＜사진＝경기관광공사＞

용인 백련사…진흙 속 맑게 피는 연꽃처럼

용인 향수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는 조용한 산길 끝에서 만나는 깊은 고요의 공간이다. 천장이 청룡과 황룡으로 장식된 대웅보전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외벽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담은 벽화가 감동을 더한다. 통일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용인의 가장 오래된 사찰로, 그 이름처럼 맑고 따뜻한 기운이 사찰 곳곳에 스며 있다.

동두천 자재암…원효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소요산 깊은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나는 자재암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암자다. 108계단을 올라 도달하는 ‘원효대’는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전망대로,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에 충분하다. 암자는 소박하지만, 동굴을 법당으로 활용한 나한전과 맑은 석간수가 솟는 원효샘 등에서 깊은 정신적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안성 청룡사…굽은 기둥에 깃든 자연의 미학

고려시대 창건된 청룡사는 사람 손을 덜 탄 듯한 자연스러움이 인상적인 고찰이다. 대웅전의 기둥은 반듯한 직선이 아닌, 나무 본연의 휘어짐을 그대로 살린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금강역사상이 대웅전의 네 귀퉁이에만 그려진 독특한 구성도 흥미롭다. 조선 말기엔 남사당패의 겨울 쉼터이기도 했던 청룡사는 포용과 따뜻함의 공간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