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단계 95%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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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초기단계 95%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확보 관건 단기수익 추구 재무적 투자 한계…수출 특화 지원책 필요성 커진다

기사입력2025-07-3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해외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은 투자유치 성숙단계에 진입한 기업이 많은데 반해, 국내 스타트업은 약 95%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펴낸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반도체 매출 중 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75.3%에 달하며, 2028년까지 약 8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축인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과 주문에 따라 맞춤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기업으로 생산 공정이 분업화돼 있다. 반도체 전체 가치사슬에서 설계 단계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56%에 달한다.

기존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왔다. 설계부터 납품까지 전 공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살린 결과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팹리스 스타트업은 약 1600개에 달하는데, 중국이 가장 많은 567개를 보유 중이며 미국(323개)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1개로 인도(104개) 다음으로 팹리스 스타트업 숫자에서 4위였다.

투자유치 금액이나 투자단계 별로 보면 차이가 더 컸다. 미국과 중국은 투자가 활발하고 시리즈D 이상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은 최대 시리즈C까지 유치한 상태였다.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 위주도 한계

평균 누적 투자유치액은 중국 팹리스 스타트업이 1억165만 달러, 미국이 8272만 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3780만 달러 수준이었다. 또, 미국은 중·후기 이상의 투자단계에 진입한 스타트업 비중이 29.9%, 중국은 14.8%인 반면 한국은 5.1%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우수한 기술적 잠재력을 시장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보고서는 “투자단계의 전반적인 성숙도뿐 아니라, 팹리스 분야 유니콘 보유 여부에서도 격차가 크다”고 짚었다. 팹리스 분야에서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며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유니콘 기업의 숫자는 지난 5월 기준 중국은 26개, 미국은 8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1곳에 불과했다.

특히 2024년 미국의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약 60건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총 3억 달러 규모로 2023년보다 123% 증가했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4년 5월 47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한 펀드를 조성해 총 1400억 달러 이상의 규모의 투자를 시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 규모 뿐만 아니라 장기투자자의 존재도 큰 차이였다. 보고서는 “국내 VC는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로서 단기 수익 창출에 머무르는 반면, 미국 VC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시리즈B~C 이후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봤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보고서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충분한 잠재력을 지녀, 기술적 강점을 실질적인 사업화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42.6%가 특허를 최소 1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68.8%)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팹리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수출을 증진하고 기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 업계가 비교적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집중 공략해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시제품 생산에도 최대 백억원 단위의 비용이 소요돼, 투자 확보 여부가 팹리스 스타트업 생존을 좌우하나, 국내에서는 민간·정부 투자가 모두 제한적”이라면서, 투자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설계 툴 및 설계 자산의 높은 해외 의존도 및 장기 성장 경로 불확실성 등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기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 팹리스 스타트업 성장의 기반을 견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우수한 기술적 잠재력을 시장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존에 산재돼 있는 예산 창구를 단순화하고, 반도체 펀드 내 팹리스 쿼터를 명확히 확보해 재정 지원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설계 툴 도입을 지원해 초기 개발비를 대폭 축소하고, M&A를 촉진해 투자와 성장의 장기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스타트업 성장이 시스템 반도체 수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수출 특화 지원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파운드리와의 연계를 강화해 국내 제조 기반과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활성화하고,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 동반 성장을 꾀해야 하며, 통상규제 대응 지원 및 간접수출 인증 장려를 통해 팹리스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