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개념·규율 명확히…EU 모델 참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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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AI기본법, 개념·규율 명확히…EU 모델 참조를 고위험 AI 규제 등 과제…“AI 기술생태계 신뢰·혁신 틀로”

기사입력2025-08-18 12: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공지능 기본법은 규제를 전제로 한 통제수단이 아니라, AI 기술생태계의 신뢰와 혁신을 조화롭게 이끄는 유연한 기본 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AI법제팀장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황정아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법제연구원,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최근 공동 주최한 ‘인공지능 기본법의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이얼헤 제안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은 지난해 말 제정돼 올해 1월 공포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AI 기본법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안전하고 책임 있는 활용을 통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지원 체계를 명확히 하고, 인공지능 개발·이용에 있어 인간 중심,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등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위험기반 규제 도입, 설명 가능성 확보, 차별 및 편향 방지, 피해 구제 및 책임 소재 명확화 등 신뢰 기반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정 팀장은 “AI 기본법은 단순한 산업법이 아닌 ‘기본법’이므로, 부처별 개별법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입법 간 연계성을 체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본법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핵심 개념과 규율 범위 명확히 해야”=현재 AI 기본법에서 논란이 되는 쟁점 중 하나는 ‘기술 정의의 불확실성’이다. 이로 인해 법률의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본법의 ‘자율성과 적응성 기반의 인공지능 정의’는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생성형 AI, 리즈닝 기반 AI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충분히 포섭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를 포괄하는 ‘AI 사업자’ 개념은 법적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하위 법령에서 그 의미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기본법이 너무 구체적으로 기술되면 자칫 ‘규제 기본법’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전적으로 하위 법령과 가이드라인에 위임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기본법 수준에서 핵심 개념과 규율 범위를 명확히 하고, 나머지는 개별법에 위임하는 방식의 ‘입법 기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U ‘리스크 기반 규제’ ‘COP’ 모델=정 팀장은 EU의 AI법이 채택한 ‘리스크 기반 규제’ 및 ‘행동강령(COP, Code of Practice)’ 모델을 우리나라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EU는 모든 AI 시스템을 규제하되, 리스크 수준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일부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두는 한편, 자율적 준수 수단도 병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U의 COP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규범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수집 방식, 투명성 확보, 내부 통제 등 매우 구체적인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AI 기본법이 ‘법률의 틀’을 제시하고, 민간의 자율규범과 정부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이중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황정아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법제연구원,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등은 8일 ‘인공지능 기본법의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기본권과 안전 기준은 구분을 해야=정 팀장은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 규제와 관련해 “기본권 침해와 안전 위험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인공지능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시스템을 말하며, 의료, 교통, 치안·사법, 고용·교육, 금융, 생체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채용이나 대출 심사 등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 행위에 AI가 사용될 경우, 그 판단 기준은 일반적인 고위험 시스템과는 다른 법적·정책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범 주체는 명확히 하되, 구체적인 의무와 책임은 유연성을 확보해 하위 법령에서 조정 가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현재 AI 기본법이 채택한 수평적 규율 구조에서는 중복 규제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 게임 등 개별법에서 이미 규제되고 있는 내용은 기본법에서 반복하기보다는 연계 조항을 통해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에서 타 법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팀장은 AI 기본법의 실효적 운영을 위해, 전문성과 민간 참여가 결합된 ‘이중 거버넌스’ 구조를 제안했다. “EU는 AI오피스와 과학자문기구(AI 보드, Scientific Panel) 등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집행체계를 구성해 제도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도 단순한 위원회 형태를 넘어 실질적 정책 조정 기능을 갖춘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