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프린트

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가맹사업법 개정…프랜차이즈 권력지형 전환 예고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도입과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

기사입력2025-12-21 00:00

강성민 객원 기자 (y2kteius@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사)대한가맹거래사협회 강성민 협회장, 가맹거래사

지난 12월 11일, 가맹점사업자의 집단적 협상력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그간 법적 근거가 미비해 유명무실했던 가맹점사업자단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단체 등록제’와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에 있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개선을 넘어, 프랜차이즈 산업 내 ‘갑을 관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강력한 입법적 의지로 풀이된다.

단체 등록제…‘대표성 논란’을 잠재울 제도적 장치

그간 가맹사업법 제14조의2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권리를 명시해 왔으나, 구성 요건이나 대표성 검증 절차에 대해서는 침묵해 왔다. 이로 인해 가맹본부는 복수의 점주단체 중 특정 단체의 대표성을 부정하거나, 협상 테이블 자체를 거부하는 전략을 취하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동일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가맹점주들이 일정 비율(추후 대통령령으로 확정)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면, 법적으로 공인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노동조합에 준하는 제도적 지위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본부는 더 이상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실체를 부정하며 협의를 회피할 명분을 잃게 된 것이다.

협의 의무화와 제재…협상 테이블의 ‘실효성’ 확보

등록제 도입보다 더 파괴적인 변화는 가맹본부에 부과된 ‘협의 의무’다. 개정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가 거래 조건에 대해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특히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사업자단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단체 등록제’와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이를 통해 가맹점 운영의 핵심인 필수품목 지정, 공급가격 산정, 광고·판촉비 분담 등 민감한 경영 현안들이 가맹본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협의’의 영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사의 일방적 정책 집행에 제동을 걸고, 현장의 목소리가 수익구조 설계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과제

법 개정에 따라 가맹본부는 경영 전략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과거처럼 본사 위주의 정책을 단기간에 관철하기 어려워진 만큼, 사전에 점주 단체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협의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상생 관리’ 역량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반면 점주 단체 역시 권한이 커진 만큼 무분별한 협의 요청보다는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요구안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감을 안게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등록 요건인 가입자 수를 유지하고 구성원 간의 이익을 조율하는 고도의 정치적·조직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한편 지난 15일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형 상생 프랜차이즈 시상식을 거행한 바 있는데, 이 행사를 함께 준비·진행한 좋은친구들컨설팅그룹의 김주환 가맹거래사(법무팀장)는 “이번 개정법에 대해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협의 거부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사실상 가맹본부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이라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에 대한 구체적 대응 매뉴얼을 설계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본사와 점주단체가 서로를 대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하고, 법적 분쟁 이전에 상설적인 소통 창구를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양측이 합리적인 협의 모델을 구축하도록 돕는 가이드라인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대한가맹거래사협회 강성민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