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운운…김영란법 논점을 흩트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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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내수침체 운운…김영란법 논점을 흩트리지 마라 경제를 어렵게 한 것은 정책실패와 부정청탁으로 사욕 채웠기 때문

기사입력2017-01-18 19:0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영란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김영란법 조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8일 경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농·수·축산물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권익위원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를 즉각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김영란법 개정에 의지가 없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권익위원장을 파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김영란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3일째 1인시위 중이라고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정치권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당장 숙박·음식업 종사자가 지난 2개월 연속 3만명씩 급감했다는 이유를 들며 김영란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실련이 여신금융협회의 자료를 인용한 발표에 따르면,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0월 15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26.5% 증가했고 11월에도 13조5600억원으로 19.2% 늘었다. 특히 일반음식점 법인카드 승인액이 김영란법 시행 전인 지난해 9월 1조2800억원에서 10월 1조3900억원으로, 11월에는 1조46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개인카드의 일반음식점 승인액도 김영란법 시행후 전년대비 상승했다. 김영란 법 때문에 음식점이 어렵다는 논리는 들어맞지 않는 대목이다.

논점을 흐려서는 안된다. 김영란법은 청탁금지법이다. 경제를 살리자는 법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 돼온 부정부패의 싹을 도려내자는 것이다. 공직자라면 자기 밥 자기가 사먹으라는 것이지, 여기에 소상공인을 어렵게 한다는 맞지 않는 논리를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불경기와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법의 식사·선물·경조사비에 대한 3·5·10만원 규정 상한선을 높이고, 축·부의금과 화훼를 분리해 적용하고, 설·추석 선물은 경조사에 준하는 상한한도를 적용하고…, 이렇게 다 뜯어고친 김영란법이 제대로 기능이나 할 수 있을까. 금품을 대가로 편의를 봐주는 관행이 삼성과 최순실 사태로 터져나왔다. 진짜 나라를 어렵게 하는 것은 올바르게 그리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부정청탁으로 사욕을 채워가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체험했다면 김영란법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