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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국회토론회, 낯 뜨거운 축사와 화환의 향연
친목다지기와 인증샷에 골몰… 청중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 기사입력2015-06-12 10:2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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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정책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린다. 의원실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이 취재가 있는 날에는 일찌감치 나서야 한다. 행사 시작하기 10분 전에 도착해도 자료집이 다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으려면, 행사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허례허식을 다 보고 들으며 견뎌내야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의원이 당내에서 입지 꽤나 있는 경우, 당 대표와 주요 의원들이 참석해 축사를 한다. 대학시절부터 지켜봐온 아끼는 후배라느니, 이런 사람이 또 없다는 둥 낯 뜨거운 칭찬들이 이어진다.사회자는 행사보다 의전이 우선이다. 행사 시작 후 힘깨나 쓴다는 의원이 들어올라 치면 “○○○ 의원님 입장하십니다”라고 알려주고, 당내 서열이 낮은 의원을 먼저 소개했다간 혼나기도 일쑤다. 그렇게 기나긴 축사 시간이 지나면 본인들만의 포토타임을 갖는다. 의원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이다. 정책토론회 내용이 궁금해 시작 30분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청중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그들의 친목다지기를 지켜본다. 정작 발제가 시작되고 나면 국회의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축사에서는 이 문제가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의원들이 현안에 관심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고, 아마 너무 바빠서일 터다.정책토론회장 앞에 늘어선 축하화환도 쫓아내야 할 악습이다. 정책토론회 행사장에 가면 주요 기관장이나 협회장, 기업 대표들의 축하화환이 줄을 잇는다. 토론회는 사회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의견이 오가는 귀중한 자리지, 축하할 자리는 아니다. 고작 몇 시간 전시하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화환을 전시성으로 늘어놓는 건 볼썽사납다. 국회 정책토론회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허례허식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국회의원 연봉이나 연금같이 큰 특권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지 않겠다. 불필요한 허례허식부터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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