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근절, 가해자 처벌 강화에만 집중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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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보복운전 근절, 가해자 처벌 강화에만 집중해선 안돼 피해자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령 정비해야

기사입력2015-08-12 15:31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2년 당시 방영했던 TV프로그램 중 ‘100% 리얼세상 블랙박스’는 블랙박스에 찍힌 도로 위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에는 보복운전 사례가 많이 나왔었다. 추월을 했다는 이유로 차량의 뒤에 바짝 따라붙어 진로를 방해하거나 차량에 닿을 듯 말 듯 운전해 위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복운전을 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다른 운전자와 시비가 붙을 경우를 대비해 차 안에 야구 방망이를 항상 싣고 다니기도 했을 정도니 도로 위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경찰청은 보복운전 근절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오히려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경찰청이 지난 7월10일부터 한 달간 보복운전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273건 280명을 검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운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진로 변경 시비가 47.6%로 가장 많았고, 경적·상향등 사용 시비(27.1%), 서행운전 시비(8.1%), 끼어들기 시비(3.7%) 등이 있었다. 보복운전의 유형은 고의 급제동(53.5%)하는 경우와 차량으로 미는 행위(16.8%)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보복운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25.2%였다. 차량 파손 등의 물적피해 (11.7%), 인적피해(10.2%), 인적·물적피해 동시발생(3.3%) 등이었다.

경찰청은 지난 6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의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해 보복운전 가해자가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경찰청이 보복운전을 가해자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고의로’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자동차손해배상법과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고의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처법 적용 전에는 보복운전이 일반 교통사고로 처리돼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적용 후에는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 보험사에 피해보상을 직접 청구할 경우 인적 피해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대물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경찰청은 12일 보복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보복운전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도로 위에서 하루 평균 9건의 보복운전이 일어나고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