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 개봉 앞두고 기억나는 말 ‘이제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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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영화 ‘터널’ 개봉 앞두고 기억나는 말 ‘이제 그만하라’ 인간에 대한 예의도 망각한 현실…부실 무능 부조리를 없애지 못했다

기사입력2016-08-08 19:2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예기치 않은 사고.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단 한명의 희생자 없이 고귀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다. 언론은 어김없이 그 사고는 ‘인재’였다고 한다.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국민들은 애간장을 태운다. 그리고 얼마 후 진척되지 않는 구조소식에 호들갑스럽기 까지 했던 보도는 사라지고, ‘이젠 됐다. 그만하자’는 여론이 만들어진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약속으로 정부는 끝을 맺으려 한다.

온 국민을 가슴 먹먹하게 했던, 그리고 지금도 그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얘기가 아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에서 이러한 모습이 그려진다. 주인공이 탄 자동차가 터널에 들어서고, 터널이 무너져 내리며, 붕괴소식은 대한민국을 흔들어 대고, 정부는 대책반을 꾸리고, 구조대원의 고군분투에도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으면서 생존과 구조를 놓고 바깥세상의 여론은 분열되고…. ‘세월호’에 대한 영화는 아니라고 제작진은 밝혔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를 접하면서 이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닮은 꼴’ 때문이다. 특히 영화 속에 그려지는 부실공사와 부조리 그리고 끝나기만을 바라는 정부의 무능에 분노하게 된다.

‘터널’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하정우씨는 “영화 속에서 오달수씨가 말한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안에 갇힌 사람은 사람이다.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사람이라고요’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세월호와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그 가슴 아픈 일과 이 영화의 공통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단원고 기억교실이 이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세월호와 함께 기억나는 못된 그것은 옮기지도 없애지도 못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망각한 ‘이제 그만하라’는 ‘그 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