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돌려주고 싶은 개그 ‘쫌!’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청와대로 돌려주고 싶은 개그 ‘쫌!’ 국민은 전기료 폭탄·얼음대란, 청와대는 송로버섯·샥스핀 만찬

기사입력2016-08-17 11:2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편의점에서 얼음이 포함된 음료를 사며 얼음은 필요없다 하니 고맙다고 말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 얼음 구하기가 어려워서란다. 편의점 사장은 봉지에 담겨있는 얼음은 아예 들어오지 않고, 컵에 담긴 얼음도 하루에 50개 이하로 제한해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무더위에 얼음도 동이 난 것이다.

이례적인 장기 폭염이 이어지면서 먹는얼음 공급이 부족한 ‘얼음 대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얼음 생산공장은 24시간 가동을 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지 못해 ‘얼음 배급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제빙시설을 갖추지 못한 식당이나 편의점 등 영세사업자들은 얼음을 구하지 못해 울상이다.

이 와중에 지난 11일 청와대가 새누리당 최고의원 등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송로버섯과 샥스핀을 메뉴로 오찬을 한 사실이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있다. 송로버섯은 세계 3대 식자재중 하나로, ㎏당 가격이 최소한 수백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샥스핀 또한 고가인데다가 상어 지느러미만 절단하고 바다로 상어를 버리는 샥스핀 채취과정이 상어 멸종으로 이어지고 있어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사용금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식재료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할머니 좀 비켜주세요’란 말을 세 글자를 줄이면 ‘할매 쫌!’, 두 글자로는 ‘할매!’, 한 글자로는 ‘쫌!’이라는 썰렁개그를 선보였다. 경상도에서 사용하는 이 ‘쫌’은 ‘제발 그러지 좀 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진제 무서워 에어컨도 맘 편히 못 트는 국민들은 얼음조차 맘 편히 구해먹기 어려운데, 더위걱정 없이 농담을 곁들여 고급만찬을 즐기는 위정자들에게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더워서 길게 말하고 싶은 맘도 안 생긴다.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