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하듯 몇 푼 지원하는 게 상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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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적선하듯 몇 푼 지원하는 게 상생인가? 생색내기 이제 그만…공정한 산업환경 만드는 게 상생

기사입력2017-02-08 20: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몇 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이에 상생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상생의 의미는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우리사회 ‘을’들이 바라보는 상생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해석하는 상생은 적당한 기회에 적선하듯 몇 푼 지원해주는 것으로 비춰진다.

지난해 말 대형프랜차이즈 본부인 A사와 가맹점주 간에 상생협약을 맺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맹본사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상생협약식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해당 프랜차이즈 본부는 상생협약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후에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공정위는 상생협약 체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A사의 상생협약이 기사화됐을 때 가맹업계의 초라한 상생협약 현실이 드러날까 우려했으며, A사는 이행 강제력이 없는 상생협약이라 향후 미 이행시 받을 비난을 피하고자 한 조치라는 후문이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소상공인은 “상생이라는 말의 의미가 훼손되고 변질돼가고 있다”며 “쌍끌이 어선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며 어장을 초토화시키듯이, 대기업은 대규모 자본력으로 시장을 독점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벼랑으로 몰아놓고는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수익을 찔끔 나눠주며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생의 본질을 외면하는 생색내기 상생구호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진정한 상생은 여러 이유로 경쟁 우위에 있는 자가 특권을 내려놓고 공정하게 경쟁할 때 만들어지는 건전한 산업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