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흙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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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희토류, 흙의 전쟁 첨단산업 필수불가결…21세기 산업 비타민

기사입력2014-05-23 13:4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0년 9월7일 다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 열도 주변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일본에 나포됐다. 중국 정부는 즉각 일본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끊겠다는 엄포를 놨다. 자국 주요 산업에 치명적 피해를 우려한 일본은 중국 선원을 석방, 백기투항했다. ‘21세기 산업 비타민’이라는 희토류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희토류(稀土類)는 영어로 ‘rare earth element(REE)’ 혹은 ‘rare earth metal(REM)’으로, ‘자연계에 희귀하게 존재하는 금속원소들’을 말한다. 스마트폰, 풍력발전, 전기자동차, 반도체, 고강도 합금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자원’들이다. 한편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주기율표상 원자번호 57(란타넘, La)에서 71(루테튬, Lu)까지의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희토류 광물 매장량이 ‘희귀’한 것만은 아니다. 세륨은 지각에서 25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전체 희토류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희귀하다는 툴륨과 루테튬도 금보다 매장량이 수백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550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최대 생산국 역시 중국으로 2010년 생산량 13만톤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95% 이상이다. 역대 희토류 주요 생산국은 인도와 브라질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미국으로 변해 왔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중국이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채굴, 분리, 정련, 합금화 등 4단계를 거치며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환경적 폐해가 크다는 점은 중국의 독주를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강원도 홍천과 충북 충주에서 희토류 광맥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품위가 0.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꼽는 생산경제성 기준인 4%에 한참 떨어져 있다.

한편 희토류를 놓고 격화되는 국가간 자원무기화 추세는 ‘흙의 전쟁’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월26일 WTO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WTO 협정위반이라는 내용을 공표했다. 2012년 6월 미국과 일본, EU 등이 제소한 건에 대한 1심 판결인 셈이다. 중국은 상소의사를 밝힌 후, 희토류 자원세 인상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으로 간접적으로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