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사설
“1주택자 집 더 사게” 부동산대책 이 방향 맞나
“국민 주거안정”과 정반대로 나온 다주택자 양산 정책
- 기사입력2024-08-1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세제·청약 등 주택 추가 구입에 따른 규제를 완화해 1주택자도 비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는데, 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온 국토부 장관의 방향 제시가 놀랍다. 다주택자를 양산하는 게 부동산 정책방향이라는 점이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정부 스스로 밝힌 대책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이날 정부는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획기적 확대”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수도권 아파트는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수도권 빌라 등 비아파트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 신축매입을 확대하고, 건설사업자에게 취득세를 깎아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주택 1호만으로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1주택자가 소형주택을 구입하고 6년 단기임대를 등록할 경우 1세대1주택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1주택자의 주택구매를 지원하는 정책이 비수도권의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칫 혜택이 시장성 좋은 수도권 시장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문제는 비수도권 문제가 부동산 대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비수도권의 일자리나 주거환경, 교육여건 등은 큰 변화가 없는데, 다주택자 양산 대책만 나와버렸다. 비수도권의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만 더 뜨거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한 충분한 장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날 부동산대책 발표 자리에 나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는데, 발언 내용을 보면 2단계 스트레스 DSR과 내부관리목적 DSR, 은행에 대한 자본적립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감독 강화 등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1주택자에게 추가로 주택을 구입토록 해주겠다는 강력한 방향성에 비해, 가계부채 관리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한 대응책은 제자리걸음 수준인 것은 문제다.비수도권이라는 범주 뿐만 아니라 비아파트라는 대상을 생각해봐도 정책에 구멍이 커 보인다. 최근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는 대규모 전세사기의 발생 영향이 가장 크다. 빌라나 다세대, 다가구 등 다양한 주거형태들이 하나같이 취약점을 드러냈고,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다.마땅히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과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했는데, 정부 대책은 그저 집주인의 주택관련 정보제공과 인증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내놓은 전세사기 예방책이나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비아파트 선호가 크게 떨어진 시장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정부는 마땅히 전세사기에 대한 강도 높은 안전장치 도입을 추진했어야 한다.이처럼 비수도권 대책도 비아파트 대책도 미진하니, 다주택자 양산이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이번 부동산 대책의 추진목표로 내놓은 “우량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국민 주거안정을 실현”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시장이 무주택자는 보이지 않는 부동산 대책을 어떤 신호로 해석할지, 결과에 대해 정부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